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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수백 년 함께해 온 저 은행나무처럼

가을이 저물고 겨울이 다가온다. 진한 단풍 색만큼 아픈 가을이었다. 아픔과 충격, 슬픔과 고통의 시간을 보냈을 용산구민에게 안녕과 위로의 인사를 전하며 용산의 은행나무 두 그루를 소개해 드리려고 한다.
글·사진. 용산구명예기자 김병재

첫 번째는 이촌역 인근 용산동5가 아파트 단지 가운데 있는 367년 된 은행나무(보호수 서3-5)다. 과거 주택가일 때부터 재개발로 아파트가 들어설 때까지 같은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재개발 전 마을 주변 길 이름이 ‘은행나무길’이었을 정도로 마을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이 나무를 향한 옛 용산구민들의 사랑은 조선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사람들은 이 나무에서 제를 지내며 무병장수와 건강한 출산을 기원했다고 한다.
지금은 아파트의 멋진 조경수가 되어 주민들과 함께하고 있다. 비록 시간이 지나며 나무의 쓰임새는 달라졌지만, 존재만으로도 든든하고 고맙다는 점은 한결같다.

보호수 서3-5(은행나무, 367년)

다른 하나는 동빙고 경로당 옆에 자리한 484년 된 은행나무(보호수 서3-3)로 앞서 소개한 용산동5가 은행나무보다 나이가 120살가량 더 많다. 오래된 마을 언덕 위에서 동빙고동 주민들을 내려다보는 모습이 마치 어머니의 따스한 품과도 같이 느껴진다. 경로당 옆에서 어르신들과 시간을 함께하는 나무의 모습이 정겹기 그지없다. 하지만 용산동5가의 나무가 겪었듯, 머지않은 시일 내 이 나무를 둘러싼 풍경과 사람들도 재개발로 바뀔 것이다. 그때에도 나무가 새로운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기를 기대해 본다.
단풍이 저물고 옷깃을 여미는 한 해의 마무리 시간이 다가온다. 가슴 아픈 사고가 우리를 덮쳤고, 코로나19는 끝날 줄 모르고, 경제는 늘 어렵다. 그래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말하고 싶다. 수백 년의 시간을 용산구민과 함께해 온 은행나무처럼 서로에게 힘이 되어 살아가자고. 서로를 사랑하고 토닥이며 내일을 열어 가자고.

다양한 방향에서 본 보호수 서3-3(은행나무, 48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