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에는 이주배경 여성들과 그 자녀가 모여 활동하고 있는 공간이 있다. 지난해 여름 해방촌 주민공동이용시설(신흥로3가길 32)에 입주한 ‘사단법인 다문화에듀센터 아띠’(이하 아띠)가 바로 그곳이다. 아띠는 용산2가동에서 10년 넘게 활동하는 단체로, 필리핀, 나이지리아를 비롯한 약 25개국 이주배경 여성 및 그 자녀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고, 지역사회 적응을 위한 주거, 비자, 의료 등을 지원한다.
글. 강서희 용산구명예기자
아띠를 통해 만난 이주배경 여성들과 함께
아띠에서 영어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마리페 씨는 2011년 결혼이민자로 한국에 오게 되어 용산2가동에 살고 있다. 필리핀에서 고등학교 선생님이었던 마리페 씨는 이곳에서 다문화 아이들에게 영어 문법과 회화를 가르친다.
“필리핀에서 온 지 올 1월로 만 14년이 되었어요. 아띠에 원래 영어를 가르치던 필리핀 선생님이 계셨는데, 그분이 이사를 가시면서 제가 2018년부터 영어를 가르치게 되었어요. 어렵지만 재미있어요. 저도 영어를 가르치면서 ”한국어로는 어떻게 말해요?“라고 물으면서 한국어가 많이 늘었어요.”
마리페 씨는 타갈로그어 통역도 한다. 타갈로그어는 필리핀의 인구 1/4이 제1언어로 사용하고 있는 언어로, 영어가 서툰 필리핀 이주민의 의사소통이 어려울 때 마리페 씨가 통역에 나선다. 용산교육복지센터에서 타칼로그어를 사용하는 학부모나, 미술상담을 받는 학생의 통역을 맡기도 했다. 또한 비슷한 배경의 동료 학부모를 대상으로 학교가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교사와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교육하기도 한다.
“이주 후 가족 외에 아는 사람이 없어서 아이가 아플 때 가장 어려움이 큰데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다른 이주배경 여성분들도 마찬가지고요. 아띠에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고 하는 자리를 많이 만들려고 해요. 가족들을 제외하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그룹이 있는 것이 필요해요. 자신들의 경험을 나누면서 스트레스 지수를 낮추고, 쉼의 공간으로써 작용하거든요.”
(사진 왼쪽)김현옥 대표(사진 오른쪽) 마리페 씨
마리페 씨의 올해의 소원은 법무부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통합프로그램의 4, 5단계를 취득하는 것이다. 아직까지 필리핀 국적을 포기하지 않았지만, 중학교 2학년이 되는 아이를 위해 귀화 시험을 보려고 한다. 오전에는 사회통합프로그램을 공부하고, 오후에는 아띠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마리페 씨의 도전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지난 11~12월에는 아띠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주 여성들과 함께 <N개의 서울>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프로그램에서 다문화 식문화 체험을 기획해 용산구에 거주하는 한국인, 외국인들을 초대하여 각 자국의 문화를 알리기도 했다.
한편, 아띠에서는 2월부터 다시 ‘맘스쿨’을 시작한다. 다문화에듀센터 아띠 김현옥 대표가 “한국어 모르는 아이 좀 붙잡고 가르쳐보겠냐”는 주변의 제안으로 시작한 일이 10년간 이렇게 커졌다. 김현옥 대표는 “이주민들이 한국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공존하고 더 나아가 훌륭한 인재로 자랄 수 있도록 배움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혼이민자 비율 1위 용산구에서 아띠같은 공간이 지속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띠에서 만난 교류하는 아이들
아띠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 참석한 이주배경 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