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대장암에 의해 대장이 막히는 대장폐색증 환자를 종종 보았다. 대장암세포가 자라면서 장이 막히고 장 내 압력이 상승해 장에 구멍이 생기는 ‘천공’까지 발생하는데, 천공이 난 복부 안쪽으로 암세포가 퍼지며 세포 성장 속도 또한 급격하게 빨라진다. 이러한 대장암은 대장에서 생겨난 작은 대장 용종이 5~10년간 성장한 결과다. 대장내시경을 5년 이내 한 번이라도 받았다면, 미리 암 병변을 발견했을 것이다.
최근에는 대장암 검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40대 이상부터 대장내시경을 한 번쯤 받게 되면서 대장암으로 커질 병변인, 대장 용종을 미리 제거해 대장폐색증 환자를 보기 어려워졌다.
우리나라는 대장내시경 접근성이 세계 최고다. 동네마다 암 검진센터도 많고, 나이를 불문하고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을 수 있는데다가 검사 가격도 전 세계 중에 가장 저렴하다.
대장내시경을 하는 목적은 반드시 대장암의 진단에만 있지 않다. 대장암 진단 검사는 대장내시경보다 오히려 대변 검사가 더 적절하다. 국가에서 50세 이상 국민에게 매년 시행하는 분변잠혈반응 검사는 출혈을 동반할 수 있는 암 병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효율적인 검사다. 최근에는 민감도가 90% 이상인 대장암 생체표지자를 대변으로 진단하는 키트도 상용화됐다. 대장내시경은 대장암 예방을 위한 검사라고 해야 더 적절하다. 대장암은 95% 이상이 샘종이라는 대장용종에서 기원하기 때문에 대장내시경을 통해 대장 샘종을 발견하고 내시경 제거술을 받는 것이 효과적이다.
대장암으로 성장하는 대장 샘종의 위험인자는 이미 잘 알려진 음주, 흡연, 비만, 당뇨, 육식 섭취다. 물론 유전적인 원인으로 인한 대장암의 가족력, 가족성 대장용종증 혹은 지속적인 장의 염증을 일으키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도 대장암의 주요한 위험인자지만, 이는 개인이 스스로 예방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남성이며, 고령일수록 대장암의 발병 빈도가 올라가는 이유도 남성이 음주와 흡연의 빈도가 더 높으며, 고령일수록 위험 요소에 더 노출되기 때문이다. 대장내시경을 할 때마다 대장의 용종이 다수 발견된다면 음주, 흡연, 비만, 당뇨, 육식 섭취 습관을 되새겨 봐야 한다. 대장 샘종의 예방을 위해 금주와 금연 더불어 육류 섭취를 줄이고, 주 4회 이상 등에 땀방울이 맺힐 정도의 운동을 하면서 복부 비만을 조절하고 당뇨를 예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개인적인 노력뿐 아니라 가장 중요한 것은 정기적인 대장내시경 검사를 통한 대장 용종의 발견과 제거다.
인생의 오락(五樂)인 먹고 마시며 즐기는 것에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서 정기적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대장암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바야흐로 자기희생과 부지런함의 노력으로 자연스럽게 멀어질 수 있는 고진감래(苦盡甘來)의 암이 바로 대장암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