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듬뿍2
술술 풀어쓰는 일상 속 과학이야기
슈퍼 엘니뇨와
뜨거워지는 바다
기후 변화로 전 세계 해수면 온도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세계기상기구(WMO)가 엘니뇨 발생을 공식 선언했다. 이번 엘니뇨는 아시아의 가뭄, 식량 가격 상승, 전염병 확산 등 전 세계 생태계와 경제에 심각한 이변을 몰고 올 ‘슈퍼 엘니뇨’로 발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 잠시 찾아온 선선한 날씨에 안주하지 말고, 다가올 강력한 기후 위기에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글. 고호관 작가
“올해 여름이 가장 시원한 여름이다.”
아마 많이 들어본 말일 것이다. 올해 여름은 아주 시원할 거라는 말일까? 아니다. 기후 변화로 매년 점점 더 더워질 테니 앞으로 올 여름과 비교하면 올해 여름이 가장 시원할 거라는 소리다.
이렇게 말하면 올해 6월은 좀 시원하지 않았냐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올해 6월은 초여름치고는 쾌적한 편이었다. 햇살이 뜨거웠어도 습도가 낮아 끈적끈적하지 않고, 해가 지면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시원하다는 느낌마저 있었다. 반대로 유럽에는 폭염이 덮쳐 우리와 유럽의 날씨가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2022년부터 나타났던 6월 열대야도 올해에는 없었다. 여름이 항상 이렇기만 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기후 변화는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우리가 시원하다고 느꼈던 올해 6월은 1973년 이후 역대 7번째로 더운 6월이었다. 올해 6월의 평균 기온은 22.2도로 지난 30년 동안의 평균 기온보다 0.8도
높았다. 한반도로 찬 공기가 들어오면서 그나마 이 정도로 그친 게 아닌가 싶다.
엘니뇨가
세계 기후에 미치는 영향
우리 느낌과 달리 올해 6월 전 세계의 해수면 온도는 역대 최고치를 넘었다. 올해 초부터 여러 기관이 엘니뇨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7월 초 세계기상기구는 엘니뇨가 발생했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엘니뇨는 남아메리카 대륙 서부의 열대 바다에서 수온이 평소보다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엘니뇨라는 단어는
‘남자아이’라는 뜻의 스페인어인데, ‘아기 예수’를 뜻하기도 한다. 보통 성탄절쯤에 수온이 올라가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엘니뇨는 세계적으로 기후에 영향을 끼친다. 보통 동태평양은 바닷물이 따뜻하고 서태평양은 평소보다 시원해지므로 아시아에서는 가뭄이 발생할 수 있다. 남아메리카에서는 영양분이 풍부한 차가운 해수가 충분히 위로 올라오지 못해 오징어와 같은 해양 동물이 줄어들 수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6월에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로 올라오지 못한 데는 이번 엘니뇨의 영향도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어떤 지역에서 어떤 현상이 일어날지 정확히 예측하는 건 어렵다.
슈퍼 엘니뇨의 서막,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이유
엘니뇨로 인한 기상 이변은 전 세계에 문제를 일으킨다. 주요 곡물 생산지가 기후 변화로 타격을 입으면, 곡물 가격이 상승하고 우리나라와 같이 식량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도 피해를 입는다. 어업량 감소도 비슷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엘니뇨는 유행병의 발발에도 영향을 끼친다. 이상 기온이나 폭우, 홍수로 평소보다 모기가 창궐해 말라리아와 같은 전염병이 유행할 수 있다. 생태계도 당연히 영향을 받는다. 가뭄과 산불은 해당 지역에서 동식물의 수를 급격하게 줄이고, 해수 온도 변화와 수온 상승으로 인한 산성화는 해양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교란한다.
많은 과학자가 올해 발생한 엘니뇨가 역대 가장 강력한 엘니뇨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점치고 있다. 엘니뇨는 겨울에 정점을 이르러 이듬해 봄 이후에 소멸하기 때문에 올 여름은 시작일 뿐이다. 게다가 올해 여름이 가장 시원한 여름이듯이 올해 엘니뇨도 가장 온화한 엘니뇨일지도 모른다. 잠깐 우리나라의 날씨가 좀 더
살 만해 졌다고 좋아할 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