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듬뿍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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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픈 우울, 홧병

글. 한상우 순천향대학교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실제로 우울증 환자는 두통이나 흉통, 복통, 관절통이나 근육통, 만성 피로와 같은 모호한 신체 증상을 호소한다. 이로 인해 1차 진료 기관을 방문하는 경우가 흔하며, 증상에 대해 내과적 원인을 찾으려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이유로 1차 진료기관에서 우울증 환자의 절반 정도는 여러 가지 다른 병으로 오인되어 정확히 진단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쉽다. 충분한 검진을 통해 환자가 내과적 원인이 없음을 인지한 후에도 정신과 질병에 대한 편견으로 이를 인정하려 하지 않아 우울증의 진단과 치료를 지연시키게 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겪지 않아도 될 고통을 겪으며 삶의 질이 나빠지고 직·간접적으로 막대한 경제적·시간적 비용을 낭비하게 만든다.

우울증은 다른 병과 마찬가지로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가 중요한데 이것은 병의 예후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즉, 조기 치료가 좋은 병의 예후와 관계가 있다는 정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흔한 정신 장애인 우울증이 조기에 치료되지 못하는 이유가 다양한 신체증상으로 나타나는 한국형 우울증의 특성 때문이다.
신체 증상이 더 많이 나타나는 한국형 우울증의 원인으로 감정표현을 억제하는 전통적인 문화를 들 수 있다. 가족 내 갈등의 원인이 주되며, 사회적 문제, 개인적 갈등 등 다양한 스트레스가 꼽힌다. 전통적인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힘든 일이 있더라도 감내하고, 참으며 어른 말씀에 순종하고 복종하는 것이 전통적인 미덕이었다. 이에 가족 내 갈등의 원인이 주되며, 사회적 문제, 개인적 갈등에서 비롯된다. 대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에 미숙하며, 불안과 우울을 표현하는 어휘를 사용하는 것에도 익숙하지 않아 자신의 고통을 심리적 용어로 의사소통하기가 어렵다. 이런 현상을 단적으로 비유하면 신체적 증상이란 환자가 우울하고 힘들 때 눈물 대신 신체가 여러 가지 증상으로 울어주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홧병은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진단명이다. 이러한 것을 ‘문화 관련 증후군’이라 하는데, 미국 정신의학회(1984년) 보고될 정도로 그 특이성을 인정받고 있다. 홧병은 우리나라 인구의 4.2%에서 발견될 정도로 흔하다. 주로 여성에게 많고, 발병기간은 비교적 장시간에 걸쳐 보고된다. 과거 조부모 세대에서 흔한 병이라 여긴 병이지만, 그러나 알고 보면 지금 우리 곁에서 더 많이 발견되는 현대병이라 할 수 있다.

다음호 예고 _ 8월호에는 ‘대사증후군’을 주제로 한 건강 칼럼이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