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자락의 가파른 비탈길, 좁은 골목을 따라 오래된 집과 가게들이 촘촘하게 모여있다. 간판이나 벽, 방향을 가리키는 표지판 곳곳에 ‘해방’이란 단어가 보인다. 용산2가동, 용산1가동 등 엄연한 행정명이 있지만, 사람들에게 이곳은 ‘해방촌’으로 더 익숙한 동네다. 8·15 광복 직후 마을이 형성되면서 붙은 이름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다.
해방 이후 해외에서 돌아온 사람들, 북한에서 종교탄압을 피해 내려온 월남민, 6·25 전쟁의 피난민, 농촌을 떠나 서울로 상경한 사람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북적이던 해방촌은 1990년대 이후, 빠른 개발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쇠락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최근 해방촌은 다시 사람들의 생기로 들썩이는 중이다. 오랫동안 해방촌을 지킨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감각적인 인테리어의 카페와 음식점들이 들어서면서 MZ 세대의 발걸음을 기꺼이 높은 언덕으로 이끄는 것이다.
각자의 개성을 가진 카페와 다채로운 메뉴의 식당, 감성적인 소품샵 등이 가득한 신흥시장은 SNS 인증샷을 찍는 사람들로 낮부터 북적인다. 그런가 하면 한쪽에서는 해방촌 주민처럼 보이는 어르신이 가게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다. 오래된 노포와 ‘힙’한 감성의 가게가 어우러진 해방촌의 특성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나고 있었다.
사람들의 발길은 해가 질 때까지도 계속됐다. 석양에 잠기다가 밤이 되면 환하게 반짝이는 서울의 풍경을 한눈에 감상하기 위해서다. 높이 솟은 빌딩숲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이 운치를 즐기고자 모여든 사람들로 해방촌 고지대에 있는 루프탑 카페는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다. 끝내 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들은 골목 한쪽에 서서 도심을 바라보며 조용히 자신만의 사색을 즐기고 있었다.
고향을 잃었던 사람들에게 삶의 터전이 되었던 해방촌은 70여 년 세월의 흔적은 그대로 가득한 채, 새로운 감각을 지닌 현대의 젊은이들에게도 자리를 내어주며 자신만의 독특한 감성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사람들이 해방촌을 찾는 이유는 이 특유의 감성이 숨 가쁜 일상으로부터 잠시나마 해방을 선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➊ 녹사평역 6번 출구 → 한신아파트 앞까지 도보 5분 이동 → 용산 02번 버스 탑승 → 해방촌오거리 하차
➋ 숙대입구역 7번 출구, 남영역 1번 출구 → 용산 02번 버스 탑승 → 해방촌오거리 하차 혹은 후암동종점에서 하차 후 108계단 승강기 이용(해방촌오거리까지 도보 8분 소요)
해방촌에 정착하고 살아가는 주민들과 다양한 가치관, 국적의 사람들, 해방촌 상인들 모두가 연결될 수 있는 하나의 장을 만들고자 8월 15일 광복절을 중심으로 4일간 축제를 진행합니다.
일 시
2024. 8. 14.(수)~2024. 8. 17.(토)
장 소
HBC 해방촌 거리(용산구 신흥로 일대)
내 용
라이브 뮤직, 로컬 포럼, 플리마켓 등
주최·주관
해방촌 상가번영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