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아트홀에서 지난 3월 15일 <오늘을 사는 한국인 124인>의 인물을 담은 흑백 사진과 용문동의 순간들을 기록한 다큐 사진전이 열렸다. 전시장에서 작가를 직접 만났다. 작가는 “용문동은 근대 이전의 모습과 바로 옆의 빌딩, 고급아파트가 공존하는 매력적인 곳”이라며 “생생한 삶의 현장으로 사진가의 다큐멘터리 기록 장소로 적합하다”라고 말했다. 작가는 직접 이곳에 거주하며 거리, 사람, 풍경 등을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찍었다.
그가 사진에 빠진 것은 고등학교 2학년 화학 시간 때였다. 카메라에 들어 있는 과학의 원리를 듣고 매료되었다. 그때부터 작가는 호기심을 갖고 카메라를 탐구하고 사진을 찍었다. 당시 사진에 얽힌 이야기도 있었다. 집에 홍수가 났을 때였다. 집안의 물건들이 물에 뜨고 잠긴 와중에 그는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며 사진을 찍었다. 부모님께 호된 꾸지람을 들었다. 떠내려가는 살림을 건지기보다는 기록으로 남기고자 사진을 찍고 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오늘을 사는 한국인 124인> 프로젝트는 문화예술위원회의 텀블벅 후원으로 시작했다. 100인으로 출발한 것이 어느새 124인이 되었다. 참여한 각각의 사람을 1인 챕터로 만드는 게 작가의 목표였다. 작가는 용문시장 사거리 그의 스튜디오에서 19세기 카메라로 촬영하고, 암실에서 옛날 방식으로 직접 인화했다. 그 결과 「당신이 역사다」라는 이름으로 책이 만들어졌다. 사진과 사람의 역사가 그의 손길을 거쳐 완성되었다.
사진은 기록하는 동시에 공간과 시간을 정지시켜 한순간을 영원히 간직한다. 그의 사진 인생 70년이다. 2022년 용문동에 거주하며 또 한편의 다큐를 보여주었다. 그는 “오늘의 핸드폰에 의해 빼앗긴 사진 문화를 되찾고 싶은 생각도 있다”라고 했다. 요즘 충무로에 옛 필름 현상소가 다시 등장하는 모습도 보인다며 반가운 일이라고 하였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무거운 카메라를 든 청년 몇 명이 작가와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셔터 한 번으로 시간과 공간은 정지된다. 멈추고 영원히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