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Q&A ❶

혼인빙자사기는 어떤 경우에 해당하는 걸까요?

전 국가대표 펜싱선수와 모 재벌 상속인이라고 주장하던 남성(?)의 혼인 이야기로 세간이 한참 시끄러웠습니다. 여러 가지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있었는데 그에 관해서 많은 인터넷 사이트나 유튜버들이 다루는 통에 더 잘 알려지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런 뉴스나 가십 중 ‘혼인빙자사기’라는 단어가 나와 이에 대해 몇 가지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남승한 변호사의 증명사진
학력과 직장을 속이고 결혼한 A씨

38세 남성 A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무직인데 부모님의 재산을 물려받아 100억 원대 자산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연히 친구 대신 나간 모임에서 만난 B 여성(33세)에게 첫눈에 반해, 자신은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유명 증권회사의 본부장이라고 속여 교제를 시작한 뒤 곧 결혼하고 혼인신고까지 하고 3년을 같이 살았습니다. 아들도 한 명 출산하여 기르고 있습니다. A는 학력과 직장을 속이기는 했지만 재력은 충분하여 혼인 비용, 결혼 생활 비용 등을 모두 부담하였고 매월 생활비도 꼬박꼬박 지급하였습니다.
그런데 B는 우연히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동기를 만났다가 A가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것도 아니고, 증권회사에 근무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경우 B는 A를 혼인빙자사기죄로 고소할 수 있을까요? 다른 죄로 고소할 수는 없을까요? 혼인 관계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학력 위조는 혼인빙자에 해당할까?

우선 혼인빙자사기는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죄명은 아닙니다. 혼인빙자사기는 혼인하자고 속여서 금전 등을 편취하여 재산상 손해를 끼치는 행위를 통칭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말이 거창해서 그렇지 그냥 사기죄를 말하는 것입니다. 사안에서 A는 B를 속이기는 했지만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지는 않았습니다. 혼인을 빙자한 것은 맞지만 사기죄가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혼인을 빙자한 것을 다른 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요? 혼인빙자간음이라고 하는 죄가 예전에는 있었으나 헌법에 반하는 구시대적인 조항이라서 위헌결정을 받았습니다. 혼인빙자간음죄로도 처벌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A가 학력과 직업을 속여 그 탓에 결혼을 한 것이라는 이유로 이혼소송을 제기하거나 혼인의 취소를 구해 볼 수는 있습니다. 민법은 816조에서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하여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것을 혼인 취소 사유로 하고 있어서 이혼소송을 내거나 혼인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낼 수 있습니다. 법원도,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자신의 학력, 혼인경력, 출산경력 등을 속이고 혼인한 경우, 민법 제816조 제3호에 의하여 이를 취소할 수 있다고 판결한 바 있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