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식명령으로 벌금형이 나왔는데
정식재판을 청구해도 밑져야 본전 아닌가요?
한 유명 유튜버 A씨가 춘천의 햄버거 가게를 찾아 음식을 주문해 먹다가 담요에서 떼어낸 머리카락을 냅킨에 올려둔 뒤 “음식에서 머리카락이 나왔으니 환불해달라”고 속여 음식값 2만 7,800원을 환불받은 사실이 드러나 한참 논란이 되었습니다. 당시 검찰은 이 유튜버와 유튜버의 어머니가 음식값을 환불받기 위해 자작극을 벌였다고 판단해 이들에게 벌금 30만 원을 처분해 달라고 법원에 약식명령을 청구하였고, 법원은 3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하였습니다. 하지만 해당 유튜버는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습니다.
최근 이 사건과 관련해 춘천지방법원은 이 유튜버에게 검찰이 청구했던 벌금 30만 원보다 훨씬 높은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하여 이슈가 되었습니다.
약식명령이 무엇인지, 정식재판 청구는 무엇인지, 애초에 검찰이 30만 원의 벌금만 받아도 된다고 하였는데 법원이 벌금을 500만 원으로 상향할 수 있는지, 혹시 죄질이 아주 좋지 않다고 보아 법원이 벌금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아예 징역형을 선고할 수는 없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약식명령이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약식명령은 검사의 청구가 있을 때 공판절차 없이 피고인을 벌금 등에 처하는 것입니다. 공판절차가 없으므로 피고인은 재판을 받으러 법원에 출석할 필요가 없습니다. 약식명령은 7일 이내에 정식재판 청구를 하지 않으면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약식명령에 정식재판을 청구해 재판을 받더라도 원래의 벌금형(이 사안의 경우 30만 원 벌금)보다 벌금을 높일 수 없었습니다. 정식재판을 청구한 경우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수 없다는 원칙(불이익 변경 금지원칙) 때문인데 이러다 보니 약식명령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람들은 그야말로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정식재판을 청구하기가 다반사였습니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이를 개정해서 약식명령에 대해 정식재판을 청구해 재판을 받은 경우 법원이 형종은 상향하지 못하지만 형량은 상향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형종을 올리는 것이 금지되기 때문에 벌금형으로 약식명령을 받은 사람이 정식재판을 청구해도 벌금보다 높게 징역형에 처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벌금의 액수를 늘리는 것은 지금은 가능합니다.
한편 이러다 보니, 막무가내로 “벌금이 많다, 깎아 달라”고 하는 정식재판 청구는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벌금을 깎아 달라고, 혹은 무죄라고 주장하면서 정식재판을 청구한 경우 법원이 보기에 죄질이 좋지 않고 반성하지 않는 경우라면 벌금의 액수를 올릴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해당 유튜버의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하고, 가로챈 금액의 정도를 떠나서 이런 범행으로 인해 요식업 종사자들이 겪는 정신적인 고통과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보이는 점, 그런데도 피고인이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점 등에 비춰 엄벌이 필요”하다고 보아 매우 높은 금액의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린다면 약식명령이 청구된 사건에서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것은 결코 밑져야 본전이 아니며 경우에 따라 벌금액이 올라갈 수도 있음을 알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