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시장과 갤러리
용문동 시장길에 갤러리와 흑백 예술사진관이 들어왔다. 그 모습이 낯설고 신기하여 우두커니 쳐다보던 어느 날이었다. 저녁 한 상 차릴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호기심에 가게 앞을 기웃거렸다. ‘블루퍼피’ 로고를 한 이은경 갤러리라고 되어 있었다. 몇 평 안 돼 보이는 가게 안은 크고 작은 예술품으로 사방이 꽉 차 있었다.
어느 날 그림들을 투명 유리 안으로 엿보다가 작가를 만났다. 저 그림들을 직접 그린 예술가와 그림 이야기라니. 서글서글한 인상의 선생님은 나 같은 주부처럼 평범해 보였다. 하지만 그 예술세계는 놀라웠다. 예술가 이은경은 국문학도였고 평범한 주부였다. 우연한 어느 날 동네에서 주부들이 수강하던 미술 수업을 만난 게 그 시작이었다지만 빨려들 듯 매료되어 자연과 빛을 끌어들이는 등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유화로 시작하였지만 만족스럽지 않을 때, 통도사에서 옻칠 민화반을 만났고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게 되었다. 이후 작가는 2023년 파리 4캐피탈 살롱전에 입상하였다. 입상작은 시간여행 시리즈 중 <엄마의 진주>라는 제목으로 한국적 미가 극대화된 작품이었다. 2021년 뉴욕 K&P 갤러리 출품작은 뉴욕의 예술품 콜렉터에 의해 판매되었는데 신화의 탄생을 주제로 한 4편의 연작이다. 그리고 거북을 주제로 한 작품들. 거북은 어린 시절 잃은 가족에 대한 상실을 표현하였다고 그녀의 블로그에 소개된 글을 읽었었다. 넓은 바다로 나아가는 듯, 동그란 눈으로 뒤를 돌아보기도 하는 듯한 거북의 모습에서 나는 거북의 모습이, 보이는 느낌이 그저 낮설다고 말했었다.
이은경 작가의 어떤 작품은 생명의 탄생과 기원을, 또는 신화를, 블루퍼피 로고의 원작은 “행복한 삶이란 이런거야”라는 표정을 보여주며 확고한 기쁨을 전염시킨다. 나는 삶의 시간이 진하게 녹아있는 시장에 내 영혼에 영감을 더해줄 이 아름다운 예술가의 가게가 오래오래 살아남아 평범한 우리 마음에 심심한 위로를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