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피싱 조직이
조직원을 모집하는 신종 수법
지난 호에서 재택으로 용돈이라도 마련해 보려는 어르신, 취업준비생, 주부 등을 노리는 신종 사기 수법인 리뷰 알바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보이스 피싱 조직들도 하부조직원인 입금책, 수거책 등을 모집하기 위해 새로운 수법을 사용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60세에 사무직으로 정년퇴직을 한 A씨는 아직 한창 근무할 수 있는데 퇴직하여 쉬고 있는 것이 아쉬워 일자리를 알아보았습니다. 그러던 중, 연령, 성별 불문하고 이메일과 컴퓨터를 할 줄 아는 분을 모신다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하나 받았습니다. 즉시 전화를 걸어 무슨 일을 하면 되느냐, 합법적인 것이냐고 물었습니다. 전화를 받은 ‘김 팀장’이라는 사람은 합법적으로 근로계약서를 쓸 것이며, 이메일로 보내는 문서를 출력해서 지정장소에 배송만 하면 된다고 하였습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이메일로 보내온 문서를 하나 출력해서 지정된 곳에 배송하자, 한 건당 인건비 5만 원, 출력비용, 교통비 등 합계 6만 원이 실제로 입금되었습니다.
A씨가 이렇게 약 15일 정도를 일한 무렵, ‘김 팀장’이 이제는 재무팀 업무를 담당해 줄 수 있느냐고 하였습니다. 재무팀은 여러 회사의 비자금을 관리하는데, 현금으로 조성한 비자금을 다른 비자금 통장에 입금하는 일을 하며, A씨가 그간 성실하게 일을 해 주시는 것을 보고 믿음이 생겨 부탁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A씨가 생각해 보니 김 팀장은 괜찮은 사람 같아 보였고, 근로계약서도 작성했을 뿐 아니라 실제로 일당도 꼬박꼬박 지급하였으므로 조금 미심쩍기는 했지만 시키는 대로 누군가 전해주는 봉투에 든 돈을 지정한 계좌에 입금했습니다. 한 번 입금하자 이번에는 일당을 20만 원 입금해 주었습니다. 3일 정도 시키는 일을 했는데 4번째 입금을 하기 위해 봉투를 건네 받는 순간 어디선가 나타난 경찰관에게 체포되었습니다. 경찰관은 A씨에게 보이스 피싱 조직 ‘입금책’이라고 하는데 이게 무슨 소리인지 어안이 벙벙하기만 합니다. A씨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사실 A씨는 매우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A씨는 실제로 보이스 피싱 조직의 하부조직원이 되어 보이스 피싱 조직이 편취한 돈을 입금하는 입금책이 된 것입니다. A씨는 구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입금한 돈의 액수에 따라 징역 2년 이상의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도 흔히 있습니다.
요즘 언론매체에서 보이스 피싱의 실태에 대해 자주 보도하고 있어 보이스피싱 하부조직원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A씨에게 한 것처럼 정상적인 간단한 일을 먼저 제공하고 일당을 줘 안심시킨 뒤 보이스 피싱 조직원으로 포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원생, 휴학한 대학생, 취업준비생, 경력단절 여성, 퇴임 후 집에서 쉬고 있는 퇴직자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분들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보이스 피싱 조직의 일을 돕고 있다가 체포되어 중형을 선고받는 일이 생기고 있습니다. 쉽게 돈을 버는 일은 대부분 범죄 행위와 관련이 있습니다.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