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봄의 한가운데,
이태원

마른 가지에 새잎이 움트듯 상처에도 새살이 돋는다. 반짝이는 햇살과 살랑이는 바람이 마음을 간지럽히고, 각양각색 문화예술로 사랑과 희망이 새롭게 자라나는 동네. 모처럼의 봄이 더욱 반가운 이곳은 이태원이다.
김혜원 사진 봉재석
예술로 물드는 거리

4월의 어느 토요일, 용산공예관 앞이 북적였다. 캔버스 위를 거침없이 채워나가는 다섯 명의 아티스트. 지나가는 이들의 발걸음이 하나둘 느려지더니 어느새 주변이 관객으로 가득하다. 봄을 즐기러 나온 가족, 손을 꼭 맞잡은 연인, 오랜만에 만난 듯한 친구, 홀로 가볍게 산책을 하던 사람들까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캔버스를 바라본다. 바로 아트 프로젝트 그룹 ‘뉴마즈 훌세일러’의 라이브 드로잉 쇼 현장이다.
작사·작곡, 전시 기획, 무용, 요가, 영상 제작 등 전 멤버가 다른 분야에서도 전문가로 활동하는 그룹답게 뉴마즈의 캔버스는 개성이 뚜렷하다. 약과 작가는 호프펑크(Hopepunk) 장르로 세상을 움직이는 사랑과 희망, 예술적 영감을 봄과 어우러지게 풀어냈으며 황소영 작가는 붉은색과 흰색을 조화한 분홍색 계열로 ‘잃어버린 산수화’를 완성, 에너지의 순환을 표현했다. 캐릭터 ‘구름이(Kurumi)’로 알려진 르마킴 작가는 알파벳 소문자 ‘L’을 이은 시그니처 표현에 Love(사랑), Laughter(웃음), Lively(생기 있는) 등의 가치가 이태원에 만개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김세령 작가는 밝은 색감과 과감한 오브제를 통해 ‘눈을 감은 순간에도 꿈을 꾼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했고, 소망 작가는 검은 배경 위에 각양각색의 물감으로 꽃을 덧그려 희망에 대한 작품을 선보였다.
네 시간 가까이 진행된 야외 작업이었지만 뉴마즈의 표정은 밝았다. “현장에서 라이브 드로잉을 진행하기는 처음인데요. 관객과 가까이서 호흡하며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이 낯설지만 특별했습니다. 현장에서 관객분들께 에너지를 얻어서 감사했고, 또 뉴마즈의 ‘라이브 드로잉’으로 이태원에 활기를 더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라이브 드로잉 쇼를 관람한 시민 정우빈 씨는 “라이브 드로잉을 직접 볼 기회가 많지 않은데, 거리에서 누구나 생생한 예술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시, 봄은 계속된다

이번 라이브 드로잉 쇼는 ‘이태원 치유·회복·화합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태원 다시, 봄’이라는 제목 아래 진행되었다. 이태원 치유·회복·화합 프로젝트는 이태원 상권을 되살리기 위해 용산구에서 추진하는 장기 프로젝트로, 올해 2월부터 11월까지 이어진다. 구 관계자는 “금전적 지원만큼 사람들이 모일 만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은 ‘핫 플레이스’ 이태원의 명성을 되찾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태원 다시, 봄’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두어 달, 예술이 활짝 피어난 이태원 거리는 예전의 생기를 되찾은 듯했다. 버스킹, 전시, 퍼포먼스 등 다채로운 문화예술이 감성과 낭만, 활기와 여유를 전하고 있었다. 라이브 드로잉 쇼가 진행된 이날, 이태원 세계음식특화거리에서는 (사)대한민국인플루언서협회와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가 공동 주최한 ‘이태원 상권 살리기 거리 전시회’가 진행되었다. 권지안(솔비), 김완선, 윤송아, 조세호 등 아티스트 33인이 회화, 설치 미술, 사진 작품 100점으로 인생과 즐거움에 대한 메시지를 전했다.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지하 4층에서도 숙명여대 학생들의 공연과 신진 작가들의 작품 전시가 마련되며 역사 안을 환하게 밝혔다.
이태원의 봄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용산구는 다양한 기관과 지속적으로 협업해 이태원 상권 회복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오는 11월까지 이태원을 포함한 중점 지역 5개 권역에서 ‘공연이 있는 거리’를 통해 일상 속 음악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로써 이태원은 문화와 예술로 생동하는 거리, 행복과 낭만이 가득한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오랜 겨울을 지나, 마침내 이태원은 봄을 지나는 중이다.

숙명여대 음악치료대학원 학생들

공연 일정
일정 시간 및 장소 행사명 출연자
5. 6. (토) 오후 5시~6시 30분
6호선
녹사평역 지하 4층
아이들아 희망을 노래하자 코리아주니어빅밴,
코리아주니어쇼콰이어,
사일런스코메디 마술마임 ‘우카당카’
5. 13. (토) 이태원 in 대한민국 숙명여대 음악치료대학원 학생들,
생황 김계희, 퓨전국악그룹 아인,
해금 모선미
5. 20. (토) 시네마 in 이태원 숙명여대 음악치료대학원 학생들,
팝페라 정찬희, 바이올린 유남규,
오보에 이보은, 피아노 문인영
5. 27. (토) WITH 이태원 상생, 대한민국 여행스케치, 디오네,
오카리나 구명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