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을 걸으며
평화를 생각하는 시간들
올해는 한국전쟁 정전 70년을 맞는 해이다. 지난 6월 27일부터 7월 7일까지 서울시교육청 중부교육지원청과 용산에서 활동하는 단체인 용산마을교육연구회, 아카이브평화기억이 협력하여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중부 걸리버 평화 탐험대’를 운영했다. 지역 연계 평화교육이자 탐방 프로그램으로 용산의 역사적 흔적을 따라 걸으며 ‘전쟁’과 ‘평화’, ‘분단’과 ‘이산’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용산구에서는 보성여중, 용암초, 용강중, 서울디지텍고 일부 학급 혹은 동아리가 참가했다.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지금까지 ‘휴전’과 ‘분단’은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용산은 ‘철도’와 ‘기지’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학교마다 전쟁기념관, 용산공원, 용산역사박물관, 경의선숲길공원 중 1~2곳의 탐방장소를 선택하여 탐방을 진행했다.
전쟁기념관에서는 한국전쟁의 역사를 알아보고 우리가 전쟁을 어떻게 추모하고 기억해야 하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정전’을 전기가 나간 것이라고 대답하던 아이들은 “우리 할아버지 어렸을 때 6·25전쟁이 일어난 일”이라며 먼 과거의 이야기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용산공원은 일제강점기에는 일본군이, 광복 이후에는 신탁통치로 미군이, 한국전쟁 이후에는 유엔군과 미군이 사용했고 2016년 평택 이전까지는 일반인에게는 공개조차 하지 않았던 곳이다. 그중 1986년 반환된 장교숙소 5단지에 위치한 용산공원 부분개방부지 전시실 등을 탐방하며 기지의 과거와 공원으로서의 미래를 꿈꿨다.
경의선숲길공원에서는 분단으로 임진강역 및 도라산역까지만 운행되는 경의선 열차를 소재 삼아, 과거에 경의선을 넘어 유라시아 횡단열차를 타고 유럽으로 간 손기정 선수, 나혜석 작가,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알린 헤이그 특사, 철도노동자였지만 독립운동가로 활동한 이봉창 열사 이야기를 나눴다. 마지막으로 용산역사박물관에서는 철도의 역사와 미래, 전쟁과 군대로 사라지고 만들어진 마을의 역사를 꼼꼼히 살펴봤다.
마을해설사로 직접 참여하면서 학생들에게 기본적인 해설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전쟁기념관의 ‘기념’이라는 단어는 좋은 일을 오래 기억할 때 쓰는 말인데, 전쟁기념관을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면 어떤 명칭이 좋을지, 전쟁기념관을 둘러보고 전쟁이 가져온 비극은 무엇이 있는지를 고민해 보았다. 또한 경의선철도가 이어진다면, 어디까지 가고 싶은지도 이야기 나누고, 평화를 지키기 위한 나의 행동은 어떠한 것이 있을지도 이야기해 보았다.
용산은 많은 평화 통일과 관련해 역사·문화적 자원을 가지고 있는 동네이다. 더운 날씨이지만, 용산의 곳곳을 거닐며 전쟁과 평화를, 더 나아가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