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Q&A ❶

통장 개설과 대여,
양도, 보이스피싱 등 ②

절세 목적으로 통장을 빌려 달라고 하는 경우

지난 호에서 계좌 번호를 알려주고 그 계좌로 보이스피싱 범행이 벌어진 경우 사기죄의 방조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계좌 번호를 알려준 경우가 아니라 계좌를 전달한 경우는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남승한 변호사의 증명사진
사례

최근 실직한 A씨는 우연히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통장만 있으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연락을 했습니다. 연락을 받은 ‘박 대표’라는 사람은 자신의 회사는 적법한 온라인 상거래 영업을 하는 회사인데 매출이 너무 많아 세금이 많이 나온다며, A씨의 계좌를 빌려주면 그 계좌로 회사 매출을 발생시키고, 그렇게 해서 절세하는 만큼 A씨에게는 매월 통장 한 개당 20만 원을 주겠다고 합니다. A씨는 탈세도 아니고 절세를 하는 데다가, 통장만 있으면 된다고 하니 불법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여 박 대표에게 이 통장을 불법적인 용도로 사용하시면 절대 안 된다고 신신당부하였고, 박 대표는 “저희는 건실한 업체인데 왜 불법을 하겠느냐”며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켰습니다. A씨는 은행 통장 두 개를 박 대표에게 넘겨주고 계좌에서 돈을 인출할 수 있도록 비밀번호와 거래도장도 넘겨줬습니다. 박 대표는 약속한 대로 실제로 매월 40만 원씩 꼬박꼬박 돈을 보내왔습니다. 박 대표는 이 통장을 보이스피싱이나 온라인 도박 등의 용도에는 일체 사용하지 않았고 실제로 온라인 상거래 업체의 대금을 받는 것으로만 사용했습니다. 이 경우 박 대표와 A씨는 처벌받을까요?

접근매체 양도, 대여 유통은 처벌 대상

박 대표, A씨 모두 전자금융거래법을 위반한 것이 되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은 ‘접근매체’라고 하는 것을 양도하거나, 대가를 받고 대여, 전달, 유통하는 것을 모두 처벌합니다.
접근매체는 쉽게 생각하면 통장이나 비밀번호, 인출을 위한 카드 등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전자금융거래에 사용되는 전자식 카드, 전자적 정보, 인증서, 금융회사 등에 등록된 이용자 번호, 이용자의 생체정보, 비밀번호 등입니다. 박 대표가 소위 절세라고 한 것은 사실은 탈세이고, 적발되면 탈세액 등을 추징당하는 것은 물론 탈세액수의 규모에 따라 조세범처벌법으로 추가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통장과 같은 접근매체는 함부로 넘겨주거나 전달해 주어서는 안 됩니다.
다만 법원은 대가를 수수하거나 약속하지 않고 일시적으로 접근매체를 대여하는 것은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친구나 가족이 갑자기 필요해 잠시 통장을 빌려 달라고 하는 것을 처벌하지 않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