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으로 하신
유언 내용과
다른 유언장을
발견했습니다.
90세인 A씨는 아내(86세)와의 사이에 2남 1녀를 출산했으나 안타깝게도 장남이 유복자 B씨를 두고 일찍 사망하였고, 큰며느리는 일찍 재가해 A씨가 손자 B씨를 키워 왔습니다. A씨는 상속재산을 B씨에게 조금 더 남겨 주고 싶어, 임종을 앞두고 자녀들을 불러 전체 상속 재산 중 60%는 아내와 손자에게 각 30%씩, 나머지 40%는 살아 있는 아들과 딸에게 각 20%씩 하겠다고 말로 유언했습니다. 증인을 세우지는 않았습니다. A씨는 며칠 뒤 운명하셨습니다. A씨의 자녀들은 말씀으로 남긴 유언은 효력이 없으므로, 상속 비율대로 나누어 가지자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A씨의 아내가 A씨가 자필로 작성해 둔 유언장을 찾게 되었습니다. 유언장에는 아내에게 30%, 손자 B씨에게 40%, 살아 있는 아들과 딸에게 각 15%씩 배분하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과 말로 남긴 유언이 다르면 어떤 유언이 효력을 가질까요?
우리 민법은 법률행위를 할 때 일정한 방식에 따를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이처럼 법률행위를 할 때 특별한 방식이나 요건을 요구하지 않는 것이 불요식행위이고 민법의 법률행위는 대부분 불요식행위입니다. 그런데, 유언만큼은 반드시 민법에서 정한 방식에 의해야 효력이 생긴다고 정하고 있어 유언은 요식행위입니다.
민법에 의한 유언은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 등 5종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특히 자필증서는 유언자인 망인이 유언의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반드시 자기 스스로 서명하고 날인해야 합니다. 이 중 하나라도 빠뜨리면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효력이 없습니다. 만약 유언장을 작성하면서 타이핑을 하거나 컴퓨터로 작성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받아 적으라고 했다거나 자필로 모두 작성을 했다고 해도 연월일이나 주소, 성명 중 하나를 누락했다거나 날인이 없다면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효력이 없습니다.
한편 말로 남긴 유언, 즉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은 질병 기타 급박한 사유로 인하여 다른 4가지 방식에 의한 유언을 할 수 없는 경우에 유언자 2인 이상 증인의 참여로 그 1인에게 유언의 취지를 구수하고(말로 설명하고) 그 구수를 받은 자가 이를 필기한 뒤, 낭독하여 유언자의 증인이 그 정확함을 승인한 후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여야 합니다. 말에 의한 유언의 요건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알 수 있는데 A씨는 이런 요건을 갖추어 말로 유언한 것이 아니라서 A씨의 구두 유언은 효력이 없습니다.
따라서 이 경우 자필로 작성한 유언장에 의한 유언이 효력을 가지게 됩니다. 다만 이 경우 유언장을 보관하고 있는 사람이나 유언장을 발견한 사람은 망인 사망 후 지체 없이 법원에 유언장을 제출해 유언장의 검인을 청구하고 법원으로부터 검인을 받아야 하는 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