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빚을 아내가 갚아 줘야 할까요?
공무원인 A씨는 15년 전에 남편 B씨와 결혼했습니다. A씨는 성실하게 저축하고 돈을 모아 1년 전에 드디어 A씨의 이름으로 집을 마련했습니다. 그런데 남편 B씨는 이 사업 저 사업에 손을 댔으나 모두 성공하지 못했고 사업을 정리할 때마다 생긴 빚을 A씨가 갚아 주었습니다. B씨는 작년에 A씨의 반대에도 음식점을 운영한다고 하면서 대출까지 받아서 사업을 확장했으나 영업이 잘되지 않아 결국 폐업하고, 3억 원이 넘는 빚까지 지게 되었습니다. 남편의 채권자들은 아내인 A씨에게 집을 팔아서라도 빚을 갚으라고 합니다. 남편은 A씨에게 이혼을 하고 본인 혼자 빚을 떠안겠다고 말합니다. 남편의 채무를 아내가 책임져야 할까요? 이혼을 하면 남편의 채무를 책임지지 않아도 될까요?
우리 민법은 부부가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특유재산으로 하고 특유재산은 각자 관리, 사용, 수익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이를 ‘부부별산제’라 합니다. 부부별산제하에서는 남편이 제3자에게 부담한 채무는 원칙적으로 남편의 채무일 뿐 아내는 아무 책임이 없습니다. 남편의 채무자들이 아무리 아내에게 빚을 갚으라 해도 아내는 남편의 빚을 갚아 줄 의무도, 책임도 없습니다. 이혼하고 싶지 않은데도 남편 채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혼할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이처럼 부부 중 한 명이 혼인 중 부담한 채무는 배우자가 책임지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예외적으로 자녀의 학비, 집안의 가재도구 구매비용, 식비 등을 부담하느라 진 빚은 부부가 연대해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런 것을 가리켜 일상가사로 인한 채무는 부부가 연대해서 책임진다고 합니다. 또 일상가사는 아니라 하더라도 부부가 공동재산을 형성하느라 부담한 채무(예를 들어 부부가 공동으로 아파트를 사면서 은행 대출은 남편 이름으로 하는 경우 등) 등은 부부가 같이 부담하는 것이 맞습니다. 이렇게 부부가 같이 부담해야 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이혼을 해도 그 책임이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이혼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래 없던 책임이 생기는 것이 아니고, 이혼을 했다고 해서 원래 있던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실생활에서 남편이 심한 채무 독촉에 시달리는 경우 집안 가재도구에 강제집행이 들어오기도 하고 또 아내가 남편이 독촉당하는 것을 그냥 바라보고만 있기는 어렵기도 해서 현실적인 대응책으로 이혼을 선택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이혼이 유효적절한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을 정확하게 알고 남편과 같이 살지, 아니면 이혼할지 결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