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남승한 변호사(shnahm72@naver.com)
도박으로 해결하려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A의 피해금액
A는 속칭 고스톱, 섯다 같은 게임을 좋아하고 잘하기도 해서 별명이 타짜로 통하는 보통의 직장인입니다. 동네에서 알게 된 B가 ‘김사장’ 등과 고스톱을 치다가
500만 원이나 잃었는데 그 사람들 실력이 그리 좋지 않으니 A에게 복구하게 도와 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A는 B가 잃은 500만 원 정도만 따게 되면 그만 두겠다고 생각하고 ‘김사장’을 만나 섯다 판을 벌였는데 처음에 한 100만 원 정도를 따는 것 같더니 금방 돈을 잃기 시작해서 가지고 간 돈 1,000만 원을 모두 잃었고, 같이 갔던 B에게 차용증을 쓰고 500만 원을 빌려서 이 돈도 금방 다 잃고, 같이 섯다를 하던 ‘장마담’에게 또 1,000만 원을 빌린 것으로 하고 차용증을 썼으나 그 돈도 모두 잃고 말았습니다.
한편 B는 A에게 “내가 빌려 준 돈 500만 원은 자네가 나를 위해 도박을 하다 그리 된 것이니 갚지 않아도 되지만 ‘장마담’에게 빌린 돈은 꼭 갚아야 된다”고 했고, 아니나 다를까 ‘장마담’은 빨리 돈을 갚지 않으면 직장에 알리겠다고 협박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알고보니 A를 속이고 따낸 돈, A는 빌린 돈을 갚아야 할까
A는 B와 ‘김사장’, ‘장마담’ 등이 나누는 대화를 듣다가 이들이 서로 짜고 화툿장을 바꾸거나 A의 음료수에 수면제를 타거나 술에 약을 타는 등으로 A씨의 판단력을 흐려 돈을 따냈다는 것을 알고 B에게 따졌습니다. 그러자 B는 도리어 A에게 “너도 도박을 했으니 도박죄로 처벌 받는다. 1,000만 원 갚고 끝내는 게 서로 좋은 일이다”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A는 자신이 도박을 하려고 간 것은 맞으니 덜컥 겁이 났습니다. B의 말대로, A는 도박죄로 처벌 받을까요? A는 장마담에게 써 준 차용증에 따라 1,000만 원을 갚아야 할까요?
우선 장마담, 김사장 등은 속칭 사기도박을 한 사람들입니다. 이 사람들은 도박죄가 아니라 사기죄로 처벌됩니다.
그렇다면 차용증까지 쓰고 빌린 돈은 갚아야 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민법에 의하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불법원인 급여는 반환할 의무가 없는데 도박자금 대여는 대표적인 불법원인 급여에 해당합니다. 장마담은 A가 도박을 하는 것으로 알고 빌려준 것이고 이는 공서양속에 반하는 불법원인 급여라서 반환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다만 “도박 자금은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대원칙이고, 실제 사례에서는 구체적 사정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