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대한 사랑이 변화하는 매일의 원동력
김선미 대표
“부모님이 용산용문시장에서 야채가게를 하세요. 어렸을 때부터 시장이 생활공간이자 놀이터였죠. 시장분들이 오토바이 타고 배달 다니는 모습 보고 수고한다고 말씀도 많이 해 주셨고요. 이 자리에 제가 창업한 건 이제 햇수로 3년 차지만, 부모님의 장사를 오랫동안 도왔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했으니까 용산용문시장에서 일한 건 거의 20년이에요.”
김선미 대표가 바쁜 시간을 쪼개어 인터뷰에 나선 사이, 야채가게를 운영한다는 김 대표의 부친이 손님 응대를 맡았다. 월요일 점심시간을 갓 넘긴 시각임에도 가가호호김치에는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꾸준하게 이어지는 손님 행렬에 어쩐지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다. 하지만 김 대표도, 그의 부친도 이 상황이 매우 익숙해 보였다.
김선미 대표가 청년 소상공인을 육성하기 위해 진행된 ‘가업승계’ 프로그램을 수료하고 창업을 한 것은 2019년. “가게 리모델링해 준다는데 신청해 보라”는 상인회장의 권유를 덥썩 받았다. 부모님의 점포를 리모델링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막상 가 보니, 청년 창업인을 위한 교육이었다. 17명이 모여 교육을 받고 발표도 하면서 마케팅과 경영에 대한 다채로운 교육과정을 이수했다. 입점할 점포를 찾는 데 애를 먹긴 했지만 상인회의 도움을 받아 현재의 자리에 가게를 열었다.
“점포 위치를 찾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포기할까 생각도 했는데 상인회장님을 비롯해서 정말 많은 분이 도와주셨어요. 감사할 따름이죠.”
김 대표는 많은 이들의 도움 속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만큼 더 잘해내고 싶었다. 처음엔 가게에서 직접 김치를 담갔다. 좋은 야채를 써서 더 깨끗하고 맛있는 김치를 팔고 싶었다. 매일 새벽 채소를 손질해 신선한 김치를 준비했고, 시장 주변에 1인 가구가 많이 거주한다는 점에 착안해 캔 포장용기를 도입했다. 늘 점포를 찾아주는 단골들을 비롯해 상품성을 인정해 주는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온라인 판매도 시작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다. 온라인 판매를 위해 N사 스토어 입점부터 판매까지, 온라인 마케팅과 관련된 공부를 했다. 3개월쯤 걸렸다. 어떻게든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용산용문시장에서 온라인 마켓을 운영하기 시작한 건 저희 점포가 처음이었어요. 교육을 받았던 교수님들께 도움을 받고 싶었지만 시간을 맞추는 게 쉽지 않았어요. 독학을 할 수밖에 없었죠. 요즘은 주변 상인분들에게 제가 습득한 것들을 알려 드리고 있어요. 처음엔 ‘온라인이 다 뭐야’ 하는 분도 계셨는데, 지금은 먼저 물어보세요. 저도 도움을 많이 받기도 했고, 다 같이 잘돼야 좋은 거잖아요.”
지난해에는 젊은 상인들이 주축이 되어 다양한 기획전도 진행했다. 가가호호김치는 정육점 백정윤자와 한돈 수육에 김치를 더한 보쌈 밀키트를 만들어 판매했다. 고객들의 호응을 확인한 뒤 김 대표는 김치찌개 HMR(가정식대체식품)을 준비 중이다.
“아직 완성된 건 아닌데요, 반응은 나쁘지 않아요.”
온라인 마켓도 자리를 잡았고, 오랜 단골들의 발걸음도 여전하다. 조선일보, KBS 등 언론사에 소개되기도 했다. 자리를 잡을 만큼 잡았다 싶지만 김 대표의 고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상인회와 용산용문시장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단이 함께 용산용문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만큼 김 대표 또한 그 변화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청년상인은 물론 기존 상인이 모두 어우러져 전국에서 찾는 용산용문시장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평균 수면 시간 4~5시간을 감수하면서도 상품의 신선도에 주의를 기울이고 새로운 상품과 판매 전략, 더 나은 포장과 배송을 고민하는 이유다.
“아이들 이름에 둘 다 호가 들어가요. 그래서 가가호호김치가 됐죠. 상표권 등록도 했어요. 혼자서 하느라고 1년 반이나 걸렸지만, 지금은 무척 뿌듯해요. 언젠가 가가호호김치가 맛있는 김치의 대명사가 되면 좋겠어요.”
해사한 얼굴로 손님을 맞는 김선미 대표의 미소가 밝다. 청년상인과 함께 달라지는 용산용문시장의 미래도 그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