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서사와 함께 걷다
후암동 두텁바위로
‘후암마중’
후암마중은 두텁바위로와 소월로가 마주치는 지점 즈음에서 마무리되는데 현재의 후암동 스카이라인이 끝나고 다양한 식물들이 심겨진 싱그러운 녹색구간이 나온다. 지역 내 초등학교인 삼광초등학교 학생들이 휴케라, 산수국, 밀사초, 감둥사초, 돌나물, 비비추, 백리향, 앵초 등 총 8종의 식물을 분배받아 자신의 집에서 정성껏 키운 후 가져와 꾸민 ‘후암초록’ 구간이다.
어린 손녀의 손을 잡고 후암마중 길을 산책하는 한 주민은 후암동에서 10년 넘게 살며 마을의 다양한 변화를 몸소 체감해가고 있는데, 마을의 지나온 역사를 시각적으로 담아낸 후암마중이 흥미로워 오고 가는 길에 눈길이 간다고 말한다. 특히 밤에는 옹벽에 조명이 들어와 그 실루엣이 더욱 운치 있다고 귀띔한다.
“후암마중 길은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 자주 지나다니던 길이에요. 우리 동네는 골목과 계단이 많아 저희끼리 108계단, 초록계단 등으로 별명을 붙여 부르곤 했어요. 도심 속에 있어도 주변에 공원과 녹지가 많은 데다 지대가 높아 조금만 언덕을 오르면 전망이 좋죠. 남산타워도 팔뚝만하게 보이고요. 후암동에서 나고 자랐지만 요즘 많이 생기는 예쁜 카페며, 집들을 구경하는 재미에 동네 산책을 즐겨요.”
해설사와 함께 후암동의 지난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후암산책’이라는 투어 프로그램도 마련되었는데 외지인뿐만 아니라 정작 후암동에 살며 후암동을 모르는 주민들을 위해서도 의미가 있다. 작가와 함께 주민이 참여하여 마을을 꾸며가고, 또 그 과정에서 주민은 다시금 마을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기회를 가지고 애착을 키우는 시간이 바로 후암마중의 작업 시간이었을지 모른다. 이제 여름이 끝나고 울긋불긋 단풍 옷을 입은 남산을 볼 차례다. 남산에 오르기 전 잠시 두텁바위로 후암마중에 들러 마을이 들려주는 따스한 환대를 받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