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사이로 퍼지는
소곤거림을 마주하다
108계단을 다시 내려와 후암동 카페 거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용산고등학교 사거리를 지나 후암로 동쪽 골목길로 접어들면 서울의 대표적인 문화주택 ‘지월장(指月藏)’이 나타난다. 현재는 게스트하우스로 쓰이는 이곳은 1900년대 초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고택으로, 철도사업을 하던 일본인 소유의 별장이었다고 한다. 코로나19가 끝나면 다시 이곳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리라 짐작해 본다.
신사동 가로수길은 거리 전체가 꾸며진 느낌을 주는데, 후암동 카페 거리는 그곳과는 사뭇 다르다. 카페가 다닥다닥 붙어 있지 않아 오히려 찾아가는 맛이 있다. 오래된 상점과 세탁소, 미용실 사이에서 카페를 발견하는 쏠쏠한 재미가 더해진다. 한낮이라면 조금 지칠 법도 하니 해가 뉘엿뉘엿 지는 시간을 선택해 후암동 카페 거리를 산책해 봐도 좋겠다. 조금만 걷다 보면 금세 이 소소한 멋에 취할 수 있을 테니.